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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ating in a life

편지2

---------- Forwarded message ---------
보낸사람: David Lee <@gmail.com>
Date: 2025년 5월 27일 (화) 08:26
Subject: Re: Re: 안녕하세요 선생님,
To: 000 <@hanmail.net>

안녕하세요 선생님,

보내주신 알래스카 여행사진 잘 봤습니다.

언젠가부터 제 개인 이메일은 항상 광고성 이메일로 가득해서 그나마 본인인증 수단으로 활용할 때가 아니라면 열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 밀레니엄의 유물로 무심하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선생님과 이메일을 주고 받기 시작한 이후로 오며가며 열어보는 우편함이 되었네요. 하루에 수십번 의미없이 열고닫는 카톡과는 다르게 기대를 갖고 조심스럽게 말이에요. 종종 제가 어느새 무심해졌던 것으로 회기하게 되는  이런 상황이 재미있습니다. 또한 그렇게 회기할 과거를 갖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를 느끼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잘 쉬는 것' 을 스스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때 대화에서 '쉬는 것을 잘 하지 못한다' 라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몇년 째 발전이 없더라구요. 여전히 공백의 시간들을 마주하면 우왕좌왕 혹은 휴식을 가장한 또 다른 생산적인 일을 찾아 빼곡히 채워넣기 바빠서 말이에요. 그러다가 최근에 쉬는것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릴렉스가 되는지 구체화 시키고 그걸 내 일상의 계획에 녹여내서 실행해야한다구요. 마치 일할때 처럼요.

그래서 저는 서울에 올라오는 일요일 이면 미술 전시를 가거나 소규모 갤러리에 가서 그림을 봅니다. 그림 보는걸 참 좋아했어요 결혼전 이십대에. 그리고 서울에 혼자 있는 평일에는 퇴근하고 근처 도서관을 가서 글을 읽거나 생각을 하거나 글을 써봅니다. 책은 쭉 가까이 해왔지만, 독서를 목적으로 읽어내는 것 보다는 수단으로서 저에게 화두를 던지거나 확장해나가는 수단으로서 활용해보고 있어요. (그만큼 독서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는 단점이...)

시애틀에 다녀온 후 미국의 공동체주의에 아주 관심이 높아져서, '힐빌리의 노래' 라는 미국 쇠락한 백인노동계층에 대한 자전적 소설을 최근에 읽었구요, 그리고 어제부터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호시노미치오 작가의 책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책이 있던데 일단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를요.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좋은하루 보내시고, 가까운 곳에 행복을 두며 잘 지내세요.
안녕히계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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